PoUW는 PoW의 낭비를
쓸모로 바꿀 수 있는가
PoUW(Proof of Useful Work) 프로젝트들이 메인넷을 잇달아 가동하고 있다. 기술 설계는 각기 다르지만 판단 기준은 하나다. 그 연산 결과물에 돈을 내는 바깥 수요가 존재하는가. 이 글은 그 물음 하나로 카테고리 전체를 해부한다.
PoUW는 PoW가 보안을 위해 폐기하는 연산을 AI 추론이나 검증 가능한 계산으로 돌리려는 시도다. AI 컴퓨트 수요 폭증과 저비용 검증 암호학의 성숙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면서, 이 구상이 처음으로 메인넷 단계까지 밀고 올라왔다.
Pearl(행렬곱)·Ambient(추론)·Nockchain(영지식 증명)은 "유용한 작업을 어떻게 싸게 검증하는가"라는 공통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략한다. 그러나 실측 데이터는 냉정하다. 대부분의 채굴은 외부에 팔리지 않는, 형식만 갖춘 GEMM 연산에 그친다.
해시레이트는 이 카테고리의 지표가 아니다. 진짜 지표는 유료 외부 수요다. Together AI 파트너십으로 그 기준을 처음 건드린 것은 Pearl이 유일하며, 그조차 이제 막 출발선이다.
PoW의 오래된 약점, 그리고 PoUW라는 발상
비트코인이 한 해에 소비하는 전력은 웬만한 중견 국가의 연간 사용량에 필적한다. 그 에너지가 생산하는 것은 조건을 만족하는 해시값 하나뿐이고, 그 값은 찾아내는 순간 버려진다. 채굴기는 난수를 해시 함수에 반복 투입하면서 목표값보다 작은 출력을 찾고, 성공하면 다음 블록을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비트코인의 보안은 정확히 이 구조에서 나온다. 공격자도 정직한 채굴자들이 쏟아부은 만큼의 에너지 없이는 네트워크를 뒤집을 수 없다.
지난 15년간 이 구조는 탈중앙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분 증명(PoS, Proof of Stake)은 에너지 낭비를 없앴지만 검증 권한이 토큰 보유량에 비례해 집중되는 문제를 낳았다. PoUW(Proof of Useful Work)는 다른 경로를 제안한다. 어차피 연산을 소모해야 한다면, 그 연산이 외부에서 가치 있게 쓰이는 결과물을 남길 수는 없는가.
이 발상 자체는 낯설지 않다. 십수 년간 반복해서 제기됐지만 번번이 구현 앞에서 막혔다. 두 개의 걸림돌이 있었고, 최근 들어서야 그 둘이 동시에 풀리기 시작했다.
1.1 수요 — AI 연산이라는 새로운 수요처
하나는 수요다. 거대 언어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밑바닥까지 분해하면 대규모 행렬곱(matrix multiplication)이 남는다. 행렬은 숫자를 격자 구조로 배열한 표고, 모델이 데이터에서 추출한 지식은 이 표 안의 가중치로 응축된다. 토큰이 수천억 개의 가중치 행렬을 연쇄적으로 통과하며 다음 토큰 확률을 산출하는 과정이 추론이다. "모델이 추론한다"와 "행렬곱을 수행한다"는 별개의 두 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하나의 연산이다. AI 컴퓨트 수요가 곧 행렬곱 수요인 이유다.
반도체 산업이 20년간 집중적으로 가속해 온 연산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의 AI 투자 붐은 그 수요를 전례 없는 규모로 끌어올리고 있다. Ambient의 "기계지능을 화폐로(machine intelligence as currency)"와 Pearl의 "AI 컴퓨트의 비트코인" 모두 이 흐름을 겨냥한 포지셔닝이다.
1.2 검증 — 유용한 작업을 싸게 확인하는 문제
다른 하나는 검증이다. PoUW를 가로막아 온 핵심 문제는 네트워크가 채굴자의 연산을 저비용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시 퍼즐의 검증 비용은 사실상 0이다. 논스(nonce)를 한 번 해시해보면 충분하다. 반면 행렬곱이나 모델 추론은 결과를 검증하려면 같은 연산을 다시 실행해야 하고, 그러면 검증 비용이 작업 비용과 같아진다. 모든 노드가 모든 채굴자의 계산을 그대로 반복해야 하니 네트워크 규모 자체를 키울 수가 없다. 이번 사이클이 전과 다른 이유는 바로 이 검증 비용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이 거의 동시에, 그것도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세 가지 접근
검증 문제에 단일한 정답은 없다. 현재 의미 있는 규모로 가동되거나 개발 중인 프로젝트들은 두 가지 물음, 곧 무엇을 유용한 작업으로 정의할 것인가와 그것을 어떻게 저렴하게 검증할 것인가에 각기 다른 답을 내놓는다. Pearl은 행렬곱을 채굴로 삼고, Ambient는 추론 자체를 합의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며, Nockchain은 영지식 증명을 사고팔 수 있는 범용 상품으로 만든다.
| 구분 | Pearl | Ambient | Nockchain |
|---|---|---|---|
| 토큰 · 상태 | $PRL · 메인넷 라이브, 스팟 매수 가능 | 프리토큰 · 테스트넷, 매수 불가 | $NOCK · 메인넷 라이브, 스팟 매수 가능 |
| 합의 · 측정 | PoUW · 노이즈 행렬곱(NoisyGEMM) | Proof of Logits · 고정 모델 추론 | ZKPoW · proofpower(증명 생산력) |
| 유용한 작업 | AI 연산의 핵심인 대규모 행렬곱 | ~600B 고정 모델의 LLM 추론 | 임의 상태 전이의 영지식 증명 |
| 유용함의 대상 | 외부 AI 수요 — 행렬곱 구매자 | 외부 AI 수요 — 추론 구매자 | 자기 체인 보안 — 외부 증명시장은 지향 단계 |
| 검증 · 오버헤드 | zk-STARK 압축 · 1+o(1) | 1토큰 재계산 · ~0.1% (4,000:1) | 증명만 검증 · 비용 거의 일정 |
| 분배 · 자금 | PoW 발행 · 하드캡 21억(BTC×100) | a16z CSX·Delphi·Amber $7.2M 시드 | 페어런치 · 노프리마인·노VC · 2³² |
2.1 Pearl — 행렬곱을 채굴 작업으로
세 접근 중 가장 직관적인 것은 Pearl이다. 채굴 작업이 곧 AI 연산의 핵심인 대규모 행렬곱이기 때문이다. 채굴기는 노이즈를 섞은 행렬곱(NoisyGEMM)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Plonky2 기반 zk-STARK 증명으로 압축한다. 노드는 이 짧은 증명 하나만 온체인에서 검증하면 된다. 영지식 증명(zk proof)이란 어떤 연산을 실제로 수행했다는 사실을 그 연산을 재실행하지 않고도 입증하는 암호학 기법으로, 검증 비용 문제를 정면으로 해소하는 도구이자 세 프로젝트 모두가 공유하는 기반이다. 소스: pearlresearch.ai · arXiv:2504.09971
GEMM(General Matrix Multiply)은 두 행렬을 곱하는 표준 연산이다. 노이즈를 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채굴 과정에서 공개되는 증명이 입력 행렬의 내용을 노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설계의 핵심 강점은 ASIC 저항성이 별도 장치 없이 구조적으로 확보된다는 점이다. 행렬곱은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최적화된 연산이다. Pearl 전용 ASIC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또 하나의 텐서 가속기를 설계하는 일이고, 그 순간 NVIDIA의 GPU 로드맵과 정면으로 경쟁해야 한다. 범용 행렬곱 성능을 희생해 채굴 효율을 높이면 AI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니, 채굴자 입장에서는 범용 GPU를 그대로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Pearl의 채굴 경쟁은 반도체 산업 전체의 연구개발 곡선 위에 올라탄다.
이 간극을 메울 근거로 현재 제시할 수 있는 것은 Together AI와의 파트너십이 전부다. 두 회사는 2026년 5월 Pearl 네트워크 기반 추론 엔드포인트를 공개했고, 시장가 대비 25% 이상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 채굴 산출물을 실제로 사 가는 외부 수요가 형성된다면 Pearl은 "AI의 탈을 쓴 PoW"에서 실질적인 AI 인프라로 전환될 수 있다. 아직은 가능성이다.
2.2 Ambient — 추론 자체를 합의로
Ambient는 행렬곱을 채굴 단위로 쪼개는 대신 고정된 대형 모델(약 600B 파라미터)로 추론을 수행하고 그 과정 자체를 합의 근거로 삼는다. 이를 구현하는 장치가 Proof of Logits다. logit은 모델이 다음 토큰 후보 각각에 부여하는 원점수로, 입력과 파라미터로 결정론적으로 도출된다. 즉 동일한 모델에 동일한 입력을 넣으면 누가 계산하든 같은 값이 나온다. Proof of Logits는 이 성질을 이용한다. 중간 단계의 logit을 조작하면 이후 값 전체가 어긋나므로 위조는 즉시 검출된다.
투자자 라인업은 무겁다. Ambient는 a16z 크립토의 액셀러레이터(CSX)와 Delphi, Amber가 참여한 720만 달러 시드를 확보했다. 그러나 Ambient의 약점은 Pearl의 정확한 역상이다. 검증 가능한 추론은 공급 측의 기술적 성과일 뿐, 그 추론을 실제로 구매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합의 문제를 풀어도 수요 문제는 따로 남는다. 현재 메인넷도 토큰도 없다. 접근 경로는 테스트넷 참여가 전부다.
2.3 Nockchain — 영지식 증명을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Nockchain은 채굴 대상을 특정 연산이나 모델에 묶지 않는다. 채굴은 임의의 상태 전이(state transition)에 대한 영지식 증명을 생성하는 작업이고, 네트워크가 측정하는 단위는 해시파워가 아니라 증명을 생성하는 능력, 곧 프루프파워(proofpower)다. 연산은 오프체인에서 이루어지고 베이스 레이어는 증명만 검증하므로 원본 연산의 크기와 무관하게 검증 비용은 거의 일정하다. 소스: docs.nockchain.org
Nockchain은 AI 베팅이 아니다. 두 가지 전제 위에 서 있다. 검증 가능한 연산 자체가 범용 상품이 될 것, 그리고 Nockchain이 그 시장의 정산 레이어(settlement layer)가 될 것. 사전 채굴도 VC 배정도 없는 페어 런치를 택했고, 스스로를 세계 최대 규모의 proving 네트워크로 내세운다. 비트코인의 원형, 즉 하드캡·프리마인 없음·열역학적 보안을 영지식 증명 시대로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다.
Nockchain에 남은 핵심 질문은 작업의 유용성이 아니다. 증명은 정의상 그 자체로 유용하다. 물음은 하나다. 그 증명 생산 능력을 지금 실제로 구매하는 수요가 존재하는가.
공통의 미해결 과제 — 누가 그 결과물에 돈을 내는가
세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검증 장벽을 돌파했다. 그러나 셋 다 동일한 미검증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작업의 결과물을 돈을 내고 사 가는 구매자가 있다는 가정이다.
PoUW 설계의 우아함은 "작업이 유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카테고리의 실제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유용함이 시장에서 거래되느냐다. Pearl 메인넷 실측 데이터는 냉정한 답을 내놓는다. 채굴자들은 추론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갖고도 추론을 돌리지 않는다. 무작위 GEMM 연산만 실행해도 보상이 같기 때문이다.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인센티브의 문제다.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 있으니 합리적 행위자는 그렇게 행동한다.
| 프로젝트 | 작업 정의 | 검증 방식 | 분배 | 토큰 상태 | 유료 외부 수요 · KPI |
|---|---|---|---|---|---|
| Pearl | 행렬곱 (NoisyGEMM) | zk-STARK 압축 | 페어 런치 | 라이브 · 스팟 | 부분 — Together AI |
| Nockchain | 영지식 증명 | proofpower | 페어 런치 | 라이브 · 스팟 | 미입증 |
| Ambient | 추론 (~600B) | Proof of Logits | VC 시드 | 프리토큰 | 미입증 |
| Qubitcoin | 양자 회로 시뮬 | qPoW (16큐빗) | 페어 런치 | 라이브 · 마이크로 | 학술적 · 무수요 |
이 카테고리를 평가하는 지표는 해시레이트도, 노드 수도, GPU 채굴 열기도 아니다. 외부 유료 수요 하나다. 진짜 PoUW와 AI 포장지를 두른 PoW를 가르는 기준도 이것이다.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한 사례는 Together AI를 확보한 Pearl뿐이며, 그조차 이제 막 출발선이다. 나머지는 약속과 테스트넷에 있다.
PoUW는 PoW의 낭비를 쓸모로 바꿀 수 있는가
PoUW의 의의는 새로운 채굴 자산의 등장에 있지 않다. PoW의 낭비 문제를 PoS처럼 자본 집중을 대가로 치르지 않고 해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AI 컴퓨트가 소수 빅테크에 집중되는 추세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고, 사전 배정 없는 페어런치라는 분배 실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의가 분명한 것과 실현은 다른 문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것, 그 연산을 실제로 구매하는 수요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이 영역은 진짜와 허울 사이의 격차가 크다.
격차가 클수록 리서치가 가치를 낸다. 이 시리즈는 PoUW를 1차 자료로 분해하고, 시장이 무비판적으로 통용하는 통념을 교정하고, 지금 진입 가능한 것과 아직 알파에 머문 것, 배제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해시레이트가 아니라,
누가 그 작업에 비용을 지불하는가다.
PoUW는 PoW의 낭비를 유용한 결과물로 전환할 잠재력이 있다. 그 잠재력이 실현됐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다. 다음 에피소드부터 각 진영에 이 기준을 하나씩 적용한다.
Pearl · Nockchain · Qubitcoin
Ambient · Quip · Plura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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